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중년일기

#1 언제부터인가, 아침이 무거워졌다

by 중년의쉼표 2025. 6. 6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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언제부터인가, 아침이 가볍지 않다.
눈을 뜨는 일도, 일어나는 일도, 하루를 계획하는 마음도 전처럼 경쾌하지 않다.

몸이 무겁다는 말보다 마음이 무겁다.


어릴 땐 아침이 ‘새로운 시작’처럼 느껴졌는데,

요즘의 아침은 ‘또 하루를 견뎌야 하는 시간’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.

가끔은 알람 소리에 화가 난다.

 

왜 이토록 부지런해야 하나,

왜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달라지는 게 없나 싶은 마음에 괜히 침대에 등을 붙이고 버틴다.
그리고 이내, 어김없이 일어나 하루를 살아낸다. 마치 수십 년간 익숙하게 해온 것처럼.

아마 이것이 중년이라는 시간일지도 모르겠다.

 

불안과 의무가 공존하고, 그 사이에서 작은 희망을 잊지 않으려 애쓰는 나이.
몸은 여전히 움직이지만, 마음은 늘 스스로를 달래야만 하는 나이.

하지만 그런 날들 속에서도, 아침 햇살에 커튼을 열고
따뜻한 물로 씻어낸 얼굴에 거울을 마주하며
“오늘도 잘 살아보자”고 속삭이는 나를 보면
무겁지만 멈추지 않는 중년의 아침도 나쁘지 않다 싶다.

 

가끔은 그런 생각도 해본다.
어쩌면 ‘가벼운 아침’만이 좋은 아침은 아닐지도 모른다고.
무거운 마음에도 불구하고 하루를 여는 용기가
어쩌면 지금 이 나이만이 가질 수 있는 단단한 품성은 아닐까.

 

오늘도 그렇게, 무거운 아침을 걸어 나간다.
언젠가는 이 시간도 그리워질 날이 오리라는 걸, 알기에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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